“2017년에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5천억 달러를 잃었다. 이제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3월 해당 발언 이후 미국은 2018년 7월, 중국에서 수입하는 340억 달러 규모의 848개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함께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 3월 초까지 달러 대비 사상 최고로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는 미 정부의 조치에 가파르게 급락했고, 4개월여 만에 약 8% 절하(약세)되었습니다. 이 기간 중국의 주가는 약 18% 하락했습니다.
1. 왜 미국은 중국을 겨냥했을까?
사실 무역수지를 보면 미국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미국의 대 중국 교역에서 적자는 2017년 기준 연간 3,752억 달러(약 412조 원)에 이릅니다. 미국의 대중국 교역 비중을 보면 수입이 21.6%, 수출이 8.4%로 상당히 불균형 상태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특정국에 수입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모자라 막대한 무역 적자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달갑게 느껴질 리 없습니다. 그럼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옳은 것인가? 물론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입니다.
2.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
과거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기술 격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등 기술선진국의 신기술 발전 속도는 더딘 반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2차 산업기술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한 임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2007년까지 중국은 연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기록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수요 감소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로 경제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1970년 ~ 199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 성장 속도가 둔화된 것처럼 중국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성장 둔화가 중국과 교역관계에 있는 여타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수입과 수출의 약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무역수지와 수출입지표를 비롯해 물가, 생산 및 소비 등의 지표가 부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경제지표도 함께 악화되어 원화가 약세(달러원 상승) 압력을 받게 된 것입니다. 최근 중국이 대외 의존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 중심 성장으로 정책을 옮겨가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중복되는 중공업 및 IT 부문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중국 경제 동향은 글로벌 펀드자금의 이머징마켓 배분 비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펀드의 아시아 포트폴리오 비중을 축소시켜 외국인의 원화자산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곧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나라와 교역의 동반자이자 경쟁자로 그 역할을 할 것이므로 중국의 경제와 위안화 동향에 각별히 주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