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상 장부(book)에 자산으로 잡히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미래 경제적 이익의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앞으로 돈이 될 것이냐’는 것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이 자산이 얼마짜리라고 그 금액을 합리적으로 장부에 적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장부는 숫자의 세계입니다.
엔터회사들에게 연예인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들이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해서 수익을 올립니다. 당연히 첫 번째 조건은 만족합니다.
문제는 두 번째 조건입니다. 연예인은 엔터회사에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 금액을 장부에 얼마로 적을지는 불분명합니다. 객관적으로 추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모든 인적자원에 해당합니다. 가끔 사장님이 “우리 회사는 여러분 같은 인재가 제일 큰 자산”이라는 훈화 말씀을 하시면 가슴 뭉클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얼마짜리인지 금액 딱지를 붙일 수 없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절대 자산이 되지 못합니다. 때문에 하이브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BTS는 없습니다. SM엔터 역시 에스파를 장부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연예인을 영입하거나 기존 소속 연예인과 재계약을 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는 계약금을 주죠. 앞으로 돈을 벌어다 줄 것으로 기대되니깐 영입을 해왔을 겁니다. 자산으로 잡을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합니다. 전속계약금이란 객관적인 금액도 존재합니다. 두 번째 조건도 충족합니다.
때문에 엔터사의 사업보고서를 잘 살펴보면 ‘전속계약금’ 항목이 존재합니다. 어떤 연예인을 외부에서 데려오거나 재계약을 하면서 준 계약금을 이 연예인의 객관적 가치로 보고 재무상태표의 자산으로 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통 전속계약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상각을 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