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매일유업 시총은 1.75배로 성장
남양유업이 이른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갖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8년여간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시가총액은 4천600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이 회사 보통주와 우선주(남양유업 우)의 시가총액 합계는 2천6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2년 말(7천209억 원)보다 4천590억 원(63.67%)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 남양유업 보통주 주가는 94만 2천 원(2012년 12월 28일 종가)에서 32만 6천500원(16일 현재)으로 65.3% 하락했다.
실적도 매출은 2012년 1조 3천650억 원에서 지난해 9천489억 원으로 3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7억 원에서 771억 원 적자로, 순이익은 610억 원에서 535억 원 적자로 전락했다.
최대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비교하면 남양유업의 ‘역주행’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 시가총액은 2012년 말 4천188억 원에서 16일 현재 6천억 원으로 43.4% 늘었다. 2017년 매일유업과 분할된 지주회사 매일 홀딩스 시가총액까지 더하면 매일유업은 시총이 1.75배로 불어났다.
실적 면에서도 매일유업은 작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1조 6천461억 원, 865억 원, 577억 원으로 2012년과 비교해 각각 36.44%, 225.56%, 179.72% 성장했다.
이에 따라 2012년에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남양유업에 뒤처졌으나, 작년에는 모두 남양유업을 크게 앞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강타한 작년에도 남양유업은 매출이 7.95% 줄었지만, 매일유업은 매출을 5.01% 늘리면서 격차를 한층 벌렸다.
이처럼 남양유업의 실적과 주가가 계속 가라앉는 것은 지난 수년간 갖가지 논란을 빚으면서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3년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대리점 갑질’ 논란이 터진 이후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이후에도 제품 품질, 광고 진실성 등과 관련된 노란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에도 홍원식 회장 등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는 등 꾸준히 불매운동의 불길에 ‘땔감’을 더했다.
특히 제품에서 자사 브랜드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에 대응한 것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숨은 남양유업 제품 찾기’놀이를 촉발, 불매운동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이달 들어서도 ‘불가리스’ 발효유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식품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최근 환경, 사회, 지배 구조(ESG) 투자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남양유업의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를 반영해 이 회사 ESG 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원(KCGS)의 기업 ESG 등급 평가 결과 남양유업의 작년 기준 ESG 통합 등급은 ‘보통’ 수준인 B로 나타났다.
B 등급은 통상 ‘코스피 200 ESG’ 등 거래소가 ESG 등급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ESG 지수 5종에서 제외된다.
만약 이번 불가리스 논란 등으로 인해 ESG 등급이 추가 하락하면 최근 투자 결정시 ESG 요인의 비중을 높이는 여러 기관투자자 등이 남양유업을 기피하는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 등 부정적 이슈가 통상 기소 등 사법처리 단계까지 가면 ESG 등급 평가에 반드시 반영된다”라며 “사안에 따라서는 사법처리 이전 단계에도 소비자 등의 뚜렷한 피해와 같은 사회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