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 자동차 산업 협회장 “더 이상 늦출 수 없어···사업자 등록·공간 마련 등 개시”
현대자동차그룹을 필두고 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년 1월 사상 첫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 하단 의견을 낸 지 약 3년 만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서 한국 산업연합포럼(KIAF) 주관으로 열린 제15회 산업 발전포럼에 참석해 “국내 완성차 업계는 다음 달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는 등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3년간 불발···여론 업고 시장 진출 본격 준비
이는 정부의 결정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필요한 준비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문제는 지난 2019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부적합한다고 판단한 이래 3년간 중고차 매매업계의 ‘몽니’ 공회전만 거듭했다.
현재로선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을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 등 자동차 관리사업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서 ‘등록제’로 운영된다. 아울러 그간 진출을 막아온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도 지난 2019년 2월 28일부로 일몰·만료된 상태다.
정 회장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엔 법적 제한이 전혀 없는 상황이나 기존 매매상들이 이 업종을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점을 감안해 지난 3년간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이를 자제해 왔다”면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중고차 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완성차 업계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도 남아있는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절차 및 결과를 존중한단 방침이다.
현대차, 사상 첫 중고차 시장 진출···투명화·선진화 기대
이번 진출 선언으로 현대차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중고차 시장에 직접(B2C) 뛰어들게 됐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이미 경기도 일부 지역에 중고차 매매 관련 시설을 건립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게 중고차 시장 진출은 숙원 사업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0년 대에도 일부 지역에서 중고차 사업을 검토했다가 뜻을 접었고 최근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기업 간 거래(B2B) 방식인 중고차 경매사업만을 영위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들어 다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단순한 완성차 사업의 양상이 단순한 ‘판매’에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생산, 판매, 운영, 정비, 중고차, 폐차 등 자동차의 생애 전(全) 주기 관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다양한 신사업 기회까지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로선 생산, 판매는 물론 중고차 매매 등 전 과정을 관리하면서 자동차의 생애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분야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은 소비자 차원에서도 ‘신뢰 회복’의 중요한 고리가 될 전망이다. 비대칭적인 정보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봤던 이전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인프라·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품질관리 및 가격산정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