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슈퍼카 법인구매 현황 분석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90% ‘법인 명의’
올해 팔린 포르쉐 3320대도 법인구매
절세 아닌 탈세 우려, 조세 형평성 파괴
“회사. 아빠 찬스 말고 내 돈 내산 슈퍼카는 어디 없나요?”
또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슈퍼카(고성능 스포츠카 포함)는 올해 역시 보기 어려웠다.
매경닷컴이 16일 한국수입 자동차 협회(KAIDA)가 집계한 브랜드별 구매 유형과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KAIDA 구매 유형 분석 결과 ‘영업용’이나 ‘업무용’으로 포르쉐. 람보르기니 차량 등 슈퍼카를 구입하는 간 큰 법인이 여전히 많았다. 오히려 더 늘었다.
국세청 단골 적발 소재인 ‘회사. 아빠 찬스 슈퍼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회사 찬스’는 회사가 업무용으로 쓴다고 리스한 차를 개인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아빠 찬스’는 회사 운영자가 법인 명의 차량을 자녀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차’를 다시 빌려 정해진 용도 외에 쓰기 때문에 법에 저촉된다.
1억 원 이상 수입차, 주로 운용 리스 이용
KAIDA가 집계하는 구매 유형은 개인과 법인 명의로 구분된다. 법인 명의에는 사업자 대상인 운용 리스 차량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 차량, 렌터카도 포함된다.
1억 원이 넘는 법인 명의 수입차 대부부은 리스료와 관리비를 비용 처리할 수 있는 운용 리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 리스를 법인 리스라고도 부른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는 절세 효과가 작다. 명의만 금융회사로 돼 있는 할부 개념이어서 개인이나 법인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
장기 렌터카는 ‘하. 허. 호’ 번호판을 적용받기 때문에 ‘폼생폼사’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이 꺼린다.
‘회사 찬스’로 슈퍼카 럭셔리카 판매 급증
KAID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등록 대수는 27만 4859대다. 이 중 법인 등록 대수는 9만 9178대다. 법인 비중은 36%다.
1억 원 넘는 고성능 스포츠카, 럭셔리카 등을 판매하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만 따로 살펴보면 법인 비중이 급상승한다.
2억 원 이상 슈퍼카를 취급하는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303대를 판매했다. 법인 명의는 275대, 법인 비중은 90%다.
4억 원 이상 럭셔리카를 판매하는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171대를 팔았다. 이 중 157대가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이 91%에 달한다.
2억 원대 차종을 주력으로 내세운 벤틀리가 지난해 판매한 296대 중 법인 명의는 216대다. 법인 비중은 72%다.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가 국내 판매한 차량 10대 중 9대 이상을 법인이 구입했다는 뜻이다.
4개 브랜드 중 판매 대수가 가장 많은 포르쉐의 경우 7779대 중 5036대를 법인이 샀다. 법인 비중은 64%다.
다른 3개 브랜드보다 법인 비중은 낮다. 대신 수입차 평균인 36%보다 28% 포인트 높다. 법인 등록 대수도 압도적으로 많다.
4개 브랜드가 지난해 판매한 고성능. 럭셔리 수입차는 총 8549대다. 법인 명의는 5684대, 법인 비중은 66%에 달한다.
올해도 슈퍼카 럭셔리카 법인 등록 대수 증가
올 상반기(1~6월)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난 180대가 등록됐다. 법인 명의는 155대, 법인 비중은 86%다.
롤스로이스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한 124대다. 이 중 112대가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은 90%에 달한다.
벤틀리는 전년 동기보다 49% 늘어난 208대 등록됐다. 법인 명의는 170대가, 법인 비중은 81%다.
포르쉐 등록 대수는 5365대다.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법인 명의는 3320대, 법인 비중은 61%다.
올 상반기에도 ‘회사 찬스’에 힘입어 전년보다 더 많은 슈퍼카와 럭셔리카가 판매한 셈이다.
업무용 슈퍼카, 개인 용도로 쓰면 위법
업무용으로 쓰기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고성능 스포츠 카나 초호화 럭셔리카라도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한다면 문제없다. 절세 방법으로 여겨진다.
업무용을 산다고 구입한 뒤 개인 용도로 쓰는 게 위법이자 탈세다.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법인 명의 차량의 경우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한다.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자신의 회사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가족도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차량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료 관리비 1500만 원 한도, 구멍 많아
억대 슈퍼카 법인 명의 이용자 중 일부는 연간 리스료 800만 원, 관리비 700만 원 등 1500만 원만 비용 처리할 수 있다며 ‘회사 찬스’ 효과가 작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연간 800만 원이 넘는 리스료를 그다음 해로 계속 이월하면서 비용 처리할 수 있다.
주유비, 주차료, 수리비 등 관리비도 연간 700만 원 한도이지만 초과 비용을 다른 항목으로 바꿔 넣어서 비용 처리하는 탈세 행위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상 리스료와 관리비에 한도가 없게 된다.
이득은 또 있다. 리스를 이용할 경우 차량은 리스사 명의가 돼 이용자에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공채가 제일 저렴한 지역에 차량을 등록하기에 공채 청구 금액도 없다.
리스료를 법인 비용으로 넣어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세금이 줄어든다.
회사 명의로 슈퍼카를 타지만 관리비는 이용자가 부담한다며 탈세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차량은 부동산과 달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차종이고, 고가 차량일수록 가치 하락폭이 크다. 법인 자산에 손실을 준다.
국내에서는 회삿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악용하다 국세청에 종종 적발된다. 올 2월에도 사주 일가의 편법 증여로 재산을 불리고 슈퍼카를 몰고 다니니 영앤드리치(Young&Rich)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레이더에 적발된 A 씨(25)는 ‘아빠 회삿돈’으로 금수저 생활을 만끽했다. 별다른 소득원이 없었지만 법인 비용으로 람보르기니, 포르쉐, 페라리 등 13억 원 상당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슈퍼카 3대를 몰고 다녔다.
지난 4월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무소속 이상직 의원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의 돈 53억 6000만여 원을 빼돌려 친형의 법원 공탁금, 딸이 몰던 포르쉐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우 공인회계사는 “법인에 차량 절세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세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는 의미”라며 “업무용으로 쓰지 않을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하고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조세 형평성이 무너진다”라고 지적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