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Before I Go to Sleep, 2014
<아메리칸>, <28주 후>의 각본을 맡았던
로완 조페
감독의 <내가 잠들기 전에>는 기억상실증으로 자고 일어나면 바로 어제의 일들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초기화되어 20살 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한 여성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의 치료를 위한 담당 의사가 펼치는 오리무중의 스릴러 영화다.
내가 잠들기 전에
- 평점
-
6.7 (2014.10.30 개봉)
- 감독
- 로완 조페
- 출연
-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앤 마리 더프, 딘 찰스 채프먼, 애덤 레비, 징 루시, 로지 맥퍼슨, 벤 크롬프톤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 국가: 영국
– 러닝타임: 92분
크리스틴:
누구세요?
벤:
당신 남편이야. 우린 1999년에 결혼했어. 14년 됐지. 당신은 마흔이고, 사고를 당했어. 심한 사고라 머리를 다쳤지. 그 후로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어.
크리스틴:
문제라면 무슨…
벤:
전부 기억을 못 해. 하루동안 알게 된 것도 다음날 일어나면 모두 사라져.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거지. 괜찮아질 거야. 그냥 나만 믿어.
벤(콜린 퍼스)
은 남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
크리스틴(니콜 키드먼)
을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시작해서 그녀와 언제 어떻게 만나 결혼을 했는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주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출근하고 얼마 뒤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닥터 내쉬:
내쉬 박사예요. 모르는 이름이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전부터 기억력 문제로 상담하던 사이니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보고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에요.
크리스틴:
벤에게 이런 얘긴 못 들었어요.
닥터 내쉬:
아마 벤은 모를 겁니다. 침실에 있는 옷장을 열어봐요. 찾을 게 있어요. 옷장 아래 서랍 뒤쪽에 숨겨져 있어요. 신발 상자를 찾으세요.
옷장 안에서 찾아낸 신발 상자 안에는 카메라 하나가 들어 있었고, 그 속에는 자신이 매일 일기처럼 녹화한 동영상이 담겨 있었던 것인데…
“난 크리스틴 루카스, 40세 기억상실증 환자야. 오늘밤 잠들고 나면 전부 지워질 거야. 오늘 알게 된 것들, 오늘 했던 일들까지.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오늘처럼 일어나서 내가 20대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하지만 내 인생은 이미 절반이 지났어.’
신경심리학자이며 희귀 심인성 기억상실증을 연구 중이라는
내쉬 박사(마크 스트롱)
는 크리스틴에게 무료 치료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에 따르면 크리스틴이 10년 전 심각한 폭행을 당한채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 기억을 잃게 되었다고 하면서 크리스틴에게 동영상 일기를 쓰도록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일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주고 더 나아가 상담치료를 위해 직접 집까지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남편은 모르게…
그렇게 동영상 일기가 쌓여가고 있던 어느날 남편 벤이 자신에게 숨기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틴은 남편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는데, 하지만 의심스러운 건 남편뿐만은 아니었다. 내쉬 박사 또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맞는 건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던 건데…
기억을 잃어버린 40세 여성 크리스틴과 남편 벤, 그리고 자신을 치료해 주겠다는 내쉬 박사…
하지만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과연 크리스틴은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고 예전처럼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축된 크리스틴을 중심으로 아내에게 누구보다 헌신적인 듯하면서도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도 없지 않은 남편 벤과 환자에게 너무 특별히 과한 친절을 베풀고 있는 내쉬 박사 두 사람 사이에서 믿었다가 의심했다가를 반복하면서 보는 사람까지도 내내 혼란스럽게 만들던 영화는 결국 섬뜩하고 무서운 반전을 터트리면서 스릴러 영화의 소임을 다해주었다.
너무나 끔찍한 일들을 겪어야 했던 그녀가 많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던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아서 너무나 다행이다 생각되었을 만큼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그런 이야기 <내가 잠들기 전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