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업비트’ 이용자만 320만명
올들어 매달 100만명씩 급증
정보공유 카페엔 ‘투지조장’ 난무
지난달 23일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돼있는 ‘시린토큰’의 가격이 160% 넘게 급등했다.
전날엔 60원 대에 거래됐는데, 이날 가격이 160 원을 넘은 것이다. 시린토큰은 지난달 31일 상장폐지됐다. 사업 지속 가능성과 유동성 등 업비트의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장이 폐지되면 거래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가치가 사실상 제로(0)가 된다. 그런데 상장폐지를 앞둔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시린토큰은 24일 72월으로 폭락했다가 상장폐지를 이틀 앞둔 29일엔 191원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상폐 직전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상폐빔’이라고 한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상폐 위기인데 불나방이 모여 들다니, 여기가 투기판인 게 실감이 난다”고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투자를 넘어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회원 66만명에 달하는 가상화폐 정보 고유 카페 ‘비트맨’에는 상장폐지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이달 들어서만 수백여건 올라와 있다. 상폐빔을 지켜봤던 ‘불나방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제2의 시린토큰’을 찾는 데 분주했다.
▶ 상폐 종목에 뛰어드는 불나방 투자자들
시린토큰은 시가총애기 2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상폐 전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거래된 규모는 5000억원에 달했다. 시총 1200조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거래량(3000억원) 보다도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상화폐 정보 공유 카페엔 ‘또 다른 대박’을 꿈꾸며 상장폐지 종목을 분석하거나 추천하는 글들이 수두룩했다. 한 카페 회원은 ‘뉴클리어스비전이라는 가상화폐 코인이 4월 16일에 상장폐지 예정이다. 15배 펌핑(수익)이 유력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회원은 “시드(투자 원금)의 반 정도를 상장폐지 가상화폐에 넣었다.
상폐빔 기대해 본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글에 선동돼 뛰어드는 신규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비트코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거래소에 가입하니 종류가 너무 많았다”라며 “일일이 정보르 찾아보기가 힘들다보니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가상화폐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맨’의 경우 이달 들어 일주일간 15만명 가량이 새로 카페에 가입했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매달 급증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업비트 이용자는 지난달 320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1월(119만명)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 규모도 이미 지난달에 코스피 하루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현재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 코인원, 코빗)의 일일 거래량은 30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거래 대금(15조원)의 두배다.
▶ 정부의 ‘투기 과열 경고’도 안 먹혀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7일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 부처는 가상화폐 관련 회의를 개최한 뒤 “시세 조작, 자금 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가상자산 투자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불법행위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큰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경고까지 나온 7일 하루 동안 가상화폐들은 대부분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전보다 6.54% 떨어졌고, 시가총액이 작아 가격 변동이 큰 가상화폐들을 일컫는 ‘알트코인’ 들은 20~30%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는 하루를 넘지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8일에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알트코인들은 20~30% 상승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가상화폐 주무 부처도 없는데 정부가 경고만 한다고 가상화폐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거나 섣불리 규제에 나서기보단 불법적인 행위를 단속하면서 투자자들에겐 책임 있는 투자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