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Arrival. 2017
<듄>, <블레이드 러너 2049>, <프리즈너스>를 연출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Arrival)>는 미확인 비행 물체인 UFO와 그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다.
우리말 표기상 ‘컨택트’라는 제목의 영화는 여럿이고, 또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이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외계인 영화 원탑은 동심 가득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 였는데 이 영화가 1984년 작품이라는 것은 여전히 놀랍다.
그렇다면 2017년, 언어학자로 분한
에이미 아담스
와 물리학자로 분한
제레미 레너
가 만들어낸 영화 <컨택트>는 과연 얼마나 새롭고 또 다른 차원의 SF 영화를 만들어 냈을지 꽤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
컨택트
7.5 (2017.02.02 개봉)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SF, 스릴러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16분
– 수상내역
2017
43회 새턴 어워즈(최우수 각본상)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음향편집상)
69회 미국 작가 조합상(각색상)
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음향상)
2016
22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각색상, SF/호러영화상)
“난 이날이 네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었어.
추억은 이상한 거야.
생각과는 다르게 기억이 돼.
우린 너무 시간에 매여 있지.
그 순서에…
이제 내겐 처음과 끝이 별 의미가 없어.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그들이 왔던 그날처럼…”
영화는 에이미 아담스의 무언가를 추억하는 듯한 차분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서 지칭하는 ‘너’는 아마도 그녀의 딸인 듯 보였고, ‘그들’은 바로 낯선 외계인이었을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온 세계가 동시에 긴급 재난 사태에 돌입하게 되고, TV에서는 연일 뉴스속보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지금 UFO 12척이 지구 각국 여덟 곳에 착륙했다는 소식입니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몬태나주에만 5천 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했습니다.
국경 폐쇄로 여행객 수백만 명의 발이 묶였으며 연료, 생수, 식료품의 시재기가 시작됐습니다.
48시간이 흘렀으나 UFO에선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습니다.”
순식간에 혼란하고 어수선해진 세상, 긴급사태로 다급해진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
은
언어해독 전문가인 루이스 뱅크스 박사를 찾아와 음성파일을 들려주며 해독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음성파일만으로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고 직접 그들과 소통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웨버 대령의 지휘하에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아담스)
와 이론 물리학자인
이언 도널리(제레미 레너)
가 한 팀이 되어 외계인과의 소통을 시도해볼 예정인데, 목표는 아주 심플했다.
그들이 뭘 원하는지, 어디서 왜 왔는지를 알아내는 것!!!
“이들 ‘헵타포드’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하자면 그리스어로 ‘헵타’는 7이고, ‘포드’는 발이다. 즉 헵타포드는 ‘일곱 개의 발’이다. 그들은 보이고 들리는 거 외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우주선은 그 화학 성분을 알 수 없을뿐더러 어떤 폐기물, 가스, 방사선도 배출하지 않는다. 서로 교신을 할 텐데 그것도 탐지가 안 된다. 저들은 과학자일까, 여행자일까. 과학자치고는 너무 호기심이 없다…”
외계인들과의 소통에서는 언어학자인 루이스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었고, 이언은 과학자로서의 또 다른 시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었는데…
그러나…
외계인이 24시간 내에 중국령을 떠나지 않으면 격침될 것이라며 중국이 갑작스럽게 외계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면서, 지구는 어쩐지 더 위험에 처하게 된 것 같다.
이에 외계인은 결코 적이 아니라고 믿는 루이스와 이언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 보고 싶지만, 이들에게 어떤 묘안이라도 있기는 한건지…
여린 외모에 늘 긴장한 듯 보였고 겁먹은 모습이었던 루이스는 알고 보니 너무나 용감한 사람이었다.
외계인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용기 있던 그 모습은 직업의식이나 사명감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그들을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인 ‘괴물’로 여기지 않으며 그저 순수하게 교감을 나누고자 했던 그녀의 의심 없는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었으리라.
그리하여 영화 <컨택트>는 나에게는 꽤 여운이 깊고 따뜻한 SF영화로 남을 것 같다.
외계인의 기이한 외모만 본다면 물론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표현 방식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정말 넋을 놓고 집중해서 보게 되었고, 영화이기에 가능한 이런 특별한 상상력을 경험하는 일은 나에게 퍽 기분 좋은 경험이 되었다.
다만, 루이스가 그들로부터 받은 ‘선물’은 과연 그녀에게 축복이 맞을는지…
‘언어는 문명의 초석이자 사람을 묶어 주는 끈이며 모든 분쟁의 첫 무기다’
– 루이스 뱅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