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검 진행… 손 씨 父 “실족해 난 상처 확실하면 납득할 것”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직접 신고하지 못할 정도로 손도 떨리고…”
지난 24일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후 실종됐다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를 최초 발견한 최종욱 씨(54)는 당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3시 50분쯤 개인 구조사인 차 씨는 실종된 손 씨의 소식을 듣고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수색을 하던 도중 검은 물체가 떠내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차 씨는 구조견 ‘오투’를 보냈고 오투는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부터 20m를 헤엄쳐 갔다.
차 씨는 “오투가 (확인을 위해) 앞발로 손 씨를 툭 쳤고, 시신이 뒤집히면서 손 씨인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얼굴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순 없었지만 손 씨가 실종 당시 입고 있던 흰색·회색·검은색 패턴이 뒤섞인 긴팔 셔츠와 검정 바지 등 인상착의와 똑같아 확인이 가능했다.
처음 손 씨인 것을 발견하고 차 씨는 유족들의 심경이 어떨지 헤아리기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차 씨는 “직접 신고하기 어려워 주변에 계신 다른 분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한강구조대 등 경찰이 출동해 4시 30분쯤 시신을 인양했다. 차 씨는 “살아있길 바랐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라며 “그래도 야간이 아닌 낮에 현장에 나와 발견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라고 했다.
손 씨 유족들은 손 씨의 시신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외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손 씨의 부친은 “아들의 얼굴이 너무 깨끗하고 생전과 똑같았는데 뒷머리를 보니 아주 크게 베인 상처가 군데군데 3개쯤 있었다”라며 “아주 날카롭게 베였다. 손가락 두 개 마디 깊이로, 두개골이 보일 정도의 상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들의 상처가 언제 생긴 건지, 왜 생긴 건지 알아야 한다”라며 “그 시간대에 있었던 사람들을 꼭 찾아서 밝혀달고 했다. 또 “실족해서 물에 빠진 후 오래 돌아다니다 상처가 난 게 확실히 밝혀지면 저희는 당연히 납득할 것”이라며 “아직 할 게 남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손 씨 부친은 “사망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아들을 보낼 수 없다”라며 부검 실시 계획도 밝혔다. 경찰은 다음 날인 내달 1일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부검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11시쯤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손 씨는 현장에서 잠든 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있던 친구는 오전 3시 30분쯤 자신의 부모와 통화에서 손 씨가 취해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친구는 부모와 통화 후 다시 잠들었고, 1시간 뒤 일어나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일어났을 당시 손 씨는 자리에 없었고, 친구는 손 씨가 먼저 집에 갔다고 생각했다.
오전 4시 30분쯤 반포나들목 cctv에서 친구가 공원을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손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친구가 손 씨의 부모와 통화한 오전 3시 30분부터 4시 30분 사이가 실종 시점으로 판단한다.
손 씨의 부모는 새벽부터 손 씨를 찾으러 다녔으나 손 씨의 휴대전화를 친구가 갖고 있었다. 친구는 자신이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한다. 없어진 친구의 휴대전화로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손 씨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