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전쟁 격화
미국 | –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산업 지원에 56조 원 투입 – 인텔, MS.IBM과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 22조 원 투입해 애리조나 공장 신설 |
유럽 | – 2030년까지 180조 원 투자 – 반도체 생산량 전세계 20% 달성 목표 |
대만 | – 미국.일본과 파운드리 공장 증설 – 올해 설비투자 31조 원 투입 |
중국 | – 파운드리업체 SMIC 등 집중 육성 – 선전 파운드리 신공장 내년 가동 |
“공룡(미국)이 잠에서 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굴기(일어섬)’를 두고 반도체 업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재진출 선언과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 발표,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WD)의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인수 추진 소식이 이어지면서다.
첨단산업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생산을 더 이상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해외 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미국 정부와 기업의 단결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경쟁 체제에 총성을 울렸다는 평가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타전된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의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인수 추진 소식은 미국의 반도체 경쟁 체제 가속화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이 각각 인수전에 나선 것인지, 공동으로 인수에 나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양날의 칼이 된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6강 체제에서 4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경쟁자 수가 줄어드는 반면, 덩치가 커진 미국 업체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가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정책을 통해 겨냥한 파운드리 시장이다. 바이든 정부는 총 2조 2500억 달러(약 254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500억 달러(약 56조 5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 처리 장치), AP(애프리케이션 프로세서) 같은 시스템반도체는 자율 주행, AI(인공지능) 등을 키워드로 개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 안보를 좌우할 첨단 분야로 꼽힌다. 이런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이 파운드리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5나노미터에 이어 3나노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인텔은 7나노 생산에도 애를 먹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력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겸한 인텔이 조만간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이러 섬)와는 현실 가능성이나 파급력에서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천기술 없이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면서 미국의 견제에 시달리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출발지로 이미 막대한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반도체 관련 핵심 특허를 다수 보유한 IBM의 손을 잡은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발판으로 영향력을 키우면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인텔로 기울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미국 반도체의, 미국 반도체를 위한, 미국 반도체에 의한 ‘신(新) 냉전의 서막이 오른 것 같다”라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