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단위를 바꾸는 것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단위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000원을 100원으로, 100원을 10원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이렇게 화폐 단위를 바꾸면 덩달아 화폐 호칭도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원’이 ‘환’으로 바뀌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1953년에 100원을 1환으로, 1961년에 10환을 1원으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화폐 단위를 바꾸는 걸까요?
경제규모가 커졌으니 그에 맞게 돈의 단위도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은 200조 원이 넘습니다. 이렇게 나라살림 규모가 커지면 거래되는 돈의 단위도 점점 커져서 거래나 계산할 때 불편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더욱이 머지않아 조의 1만 배인 ‘경’ 단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화폐 단위도 경제규모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면 현재 3,800원인 물건의 가격이 3.8환이 돼야 하는데, 그러면 은근슬쩍 끝자리가 올라 4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새 화폐로 교환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국회 기획 재정위원회에서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리디노미네이션을 수용한다면 금융거래 과정에서 계산, 기장, 지급 상의 편리함이 커지고 원화의 대외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화폐에 대한 적응 과정과 국민 불편이 불가피하고, 심리적 불안감과 금융 정보 시스템 변경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충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성공사례로는 터키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터키 정부는 자국 화폐인 ‘리라’의 단위에서 0을 6개나 떼어내며 화폐 단위를 100만 분의 1로 축소했습니다.
당시 터키의 150만 리라는 그 가치가 1달러에 불과했었죠.
터키의 경우 리디노미네이션 시행 후 물가 불안도 없었고 경제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 100원을 1원으로 바꾼 북한의 리디노미네이션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물가가 올라 14,500%나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북한 당국은 총책임자를 총살하기도 했죠.
섣부른 리디노미네이션이 사회에 어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