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불균형과 불평등 문제를 꼬집은 토마 피케티 교수의 이론이 사회에 불러일으킨 현상
몇 년 전 프랑스의 한 경제학자가 쓴 서적이 전 세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바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입니다. 이 책은 2013년 영어로 번역 출간된 후 50만 부 이상 팔려 이른바 피케티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습니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인 피케티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 20여 개 국가의 300년간 경제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수익률’ (돈이 돈을 버는 속도)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른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피케티가 도출한 자본수익률은 4~5%,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6%였습니다.
즉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질 경우 불평등도 비례해 커진다는 얘기지요. 이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줄어든다는 기존 주류 경제학의 이론을 뒤엎은 것입니다.
쉽게 설명해보죠. 자본가는 일반 서민보다 항상 더 많은 소득을 얻기 때문에 빈부 간 소득불균형은 계속 커집니다. 서민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들의 부동산 임대수익, 주식배당, 금융상품 이자 등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자본소득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자들 간의 소득격차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부가 높은 이익을 내준다는 뜻입니다.
즉, 땀 흘려 벌어들인 것보다 집안 재산을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 세습이 심해진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피케티가 세계적인 부의 양극활르 해소하기 위해 제시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세금입니다. 피케티는 빈부 간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최상위 1% 부자들에게 8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피케티의 이와 같은 부의 불균형 해법이 발표되자 전 세계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프린스턴대학 교수 폴 크루그먼은 세습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경제는 부 자체뿐 아니라 상속된 부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태생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하버드대학 교수 그레고리 맨큐는 피케티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맨큐는 자본수익룰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피케티의 결론은 수많은 변수를 배제한 허구라며, 부자라도 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부가 지속적으로 세습된다는 전제 자체가 엉터리라고 말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세계적인 언론도 피케티가 경제성장엔 관심이 없고, 분배적 정의에만 초점을 맞춰 크게 부풀렸다고 꼬집었습니다. 상위 1%의 소득이 오르면 99%가 가난해진다는 논리는 궤변이라는 것이지요.
피케티는 2014년 9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 지식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한국의 경제상황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피케티는 현재 한국에 불평등 문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심각한 지경이 되기 전에 많은 사람이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불평등의 원인으로 대기업을 위한 지나친 규제완화와 부자감세를 언급했습니다.
피케티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피케티 신드롬은 불평등이 최근 세계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제임을 보여줍니다. 효율과 성장에만 관심을 두던 주류 경제학계에 피케티는 분배의 중요성이라는 화두를 던져 사람들의 고민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015년 1월 피케티는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석학들만 받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의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피케티는 “정부는 상을 줄 시간에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회복에 집중하라”라며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처음으로 제정하고 프랑스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훈장을 쿨(?)하게 거부한 것이죠.
2017년 1월 피케티는 경제학자를 넘어 정치가로서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 합류애 EU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자문단이 된 것인데요. 피케티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