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기반의 중견 건설업체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 쌍방울그룹이 제시한 금액인 1100억 원 안팎으로 인수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M&A 업계에선 연간 매출액이 59억 원에 불과한 성정이 부채만 2500억 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형동훈 성정 대표의 아버지인 형남순 백제컨트리클럽(백제CC) 및 대국 건설산업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형 회장은 1957년 전북 남원 보절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남원 공고 재학 중 포클레인 자격증을 취득했다. 21세에 대전 대신 토건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대전엔 포클레인 기사가 5명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형 회장은 지난 2019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이 40만 원이었는데 내 월급은 200만 원이었다”라며 “대신 토건 사장에게 스카우트돼 대전에 올라오게 됐다”라고 했다.
형 회장은 25세에 대신 토건의 총괄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 ‘형 부장’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1994년 회사를 나온 형 회장은 대국 건설산업을 설립하고 하도급 토목 공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형 회장은 25세에 대신 토건의 총괄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 ‘형 부장’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1994년 회사를 나온 형 회장은 대국 건설산업을 설립하고 하도급 토목 공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30여 년간 도로, 철도, 교량, 아파트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공 공사에도 참여했다.
대한 건설협회에 따르면 대국 건설은 지난 2019년 기준 토목, 건축, 조경 등에서 총 160억 원 규모의 공사 실적을 세웠다.
형 회장은 대국 건설을 운영하던 중 지난 2005년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을 위해 성정 개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08년에는 충남 부여에 27홀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을 세웠다. 이후 2014년 기준 형 회장이 백제컨트리클럽 지분 87.1%를 보유하고, 백제컨트리클럽이 대국 건설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성정의 경우 형 회장의 아들 형동훈 대표가 48.32%로 대주주로 있고 뒤이어 형 회장의 딸 형선주씨가 47.63%, 형 회장이 4.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A 업계에 따르면 형 회장은 과거에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이스타항공 설립 초기에 투자금 150억 원을 들려 인수를 추진했으나, 당시 백제컨트리클럽 건설 사업과 맞물리면서 유동성 문제로 중도에 포기했다고 한다.
2010년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항공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후 10년간 기회를 엿보던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다시 인수에 뛰어들었다.
지역 건설업계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대전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성정과 일을 해왔는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라며 “형남순 회장이 자수성가한 인물로 지역 건설업계에서 유명한데, 항공사 인수를 꿈꿔왔을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성정의 고위 관계자도 “형 회장이 직접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해 내부 직원들도 잘 몰랐다”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 후를 우려하고 있다. 2500억 원에 달하는 부채와는 별개로 유지 비용만 매달 20억~3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성정의 매출액은 59억 원, 대국건설과 백제컨트리클럽은 각각 146억 원, 179억 원이었다. 유동자산은 성정 46억 원, 대국 건설 150억 원, 백제컨트리클럽 39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형 회장의 개인 자산 외에 골프장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성정 등 관계사의 자본이 부족한 탓에 형 회장이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면서 축적해온 개인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단 형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 없이 단독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를 추진하고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에만 외부 도움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