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조사 60~70% “이 부회장 가석방·사면 찬성”
해외서도 관심.. 李 “4세 경영 없다” 재발방지책도 마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복귀 여부를 판가름할 ‘가석방’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각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과반이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혹은 특별사면을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재계는 반도체. 스마트폰. 2차 전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 반년 가량 이어진 ‘총수 부재’ 리스크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위기 타개의 선봉장에 나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가석방심사위는 위원장인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 부장 등 법무부 인사 3명의 당연직 내부위원 확 5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외부위원으로는 윤강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교수가 활동 중이다.
이날 가석방 심사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리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앞서 지난 7월 열린 정기 가석방 심사위에서는 심사 대상자 1013명 중에서 절반이 넘는 698명이 ‘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석방 기준과 관련 △복역률 △행역 성적 △사회적 법 감정 △범죄 동기 △선고형의 적정성 △정상참작의 여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9일 열릴 심사위에서 최종 판단이 나오겠으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모범수’로 꼽히는 이 부회장이 복역률등을 포함해 나머지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는 만큼 가석방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선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가능하다.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가석방 심사 기준을 복역률 60%로 낮췄는데, 이 부회장은 정확히 지난 7월 말을 기점으로 기준도 충족했다.
가석방 심사의 중요한 기준인 ‘사회적 법 감정’ 측면에서도 최근 잇따라 진행된 여론조사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시사저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하다고 답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 뉴스토마토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혹은 특별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73.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경영현장에 복귀할지 여부는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사안이다.
일본은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지난 6일 보도를 통해 “한구의 법무부가 9일 가석방 대상 심사를 진행하는 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60~70%가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찬성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정치권과 대중 사이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현재 삼성이 총수의 부재로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속에 정치권과 일반 대중의 가석방 지지도 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이미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는 의견부터 TSMC, 인텔 등과의 경쟁에서 이 부회장이 없다면 삼성이 뒤처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석방에 대한 일관적이고 압도적인 찬성 여론은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상 ‘이제는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공헌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가석방심사위는 심사 대상자가 추후 동일한 혐의로 재범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도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승계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으며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면서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삼성 오너가의 4세 경영을 종식함과 동시에 자신은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철학이다.
아울러 지난해 2월 삼성의 독립적 준법 감시 기구로 출범한 ‘삼성 준법 감시위원회’도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적극적인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면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정도를 걸어가고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구속된 이후 3일 만에 내놓은 첫 옥중 메시지도 “삼성 준법 감시위원회를 계속 지원할 것을 다짐한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인사는 “가석방 심사위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겠으나 이 부회장의 경우 가석방 요건을 모두 갖춘 만큼 상식적인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