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에 보면, 개미는 열심히 저축해서 자신의 미래를 도모했지만, 베짱이는 여름내내 놀기만 하다가 결국 거지가 된다. 거지가 된 개미는 추운 겨울날 베짱이에게 동냥질을 하면서 겨우 생명을 부지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물려받은 보편적인 정서는 바로 열심히 일하고 땀흘려 일하고 저축해야 삶과 노후가 보장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새로운 버전이 있다. 개미는 너무 열심히 노동한 댓가로 자신이 저축한 모든 것을 약값과 병원비로 다 탕진한다. 일 밖에 몰랐던 개미의 처참한 몰골이다. 하지만, 베짱이는 여름날 불렀던 그 노래가 대박을 쳐서 엔터테이먼트에 스카웃되어 일약 스타가 되고 엄청난 자본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신버전이다.
저축신앙에 반대한다
개미와 베짱이의 신버전의 이야기는 내가 다른 책에 본 내용이지만, 저자 호리에 다카후미가 이야기하는 맥락이 비슷하다. 유발 노아 하라리가 말하길 인간의 ‘농업혁명’을 통해 인간이 일을 해서, 노동을 해서 댓가를 지불받지만, 오히려 이것이 인간에게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을 초래했고, 더 나아가 ‘저축신앙’을 가지게 했다고 한다. 일본이 한때 우편저축이란 제도가 국가적으로 있었다고 하는데, 이 우편저축이 오히려 2차세계대전시 전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쓰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를 들면서 ‘저축’에 대한 불신을 지적한다.
통장에 쌓인 돈이 아니라 쌓인 지혜와 경험
‘돈은 신용을 수치화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은 통장에 쌓인 잔고가 아니다. 돈을 쓰면서 쌓은 지혜와 풍부한 경험'(8p)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이런 맥락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저마다 ‘경제적인 독립’이란 아젠다를 내걸고 다들 모으고 아끼고 저축하고 혁띠를 졸라매서 노후를 대비하는 트렌드이다. 거기에 주식도, 부동산도 한몫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식도 부동산도 결국은 도박’이란 말을 한다.
“나는 내가 제대로 모르고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에 돈을 걸고 싶지 않다. 또 무엇보다 내 인생의 목표는 어떻게든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원없이 즐기는 것이다. 겨우 그런 곳에 힘쓸 여력이 없다.”(79p)
아무리 사람이 1억엔, 10억엔을 가지고 있더라도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고의 밀도를 높여야 하지, 통장의 잔고를 늘려봤자 소용없다.’
(196p)
늘리고 높여야 할 것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사고의 밀도
이런 발상은 참 좋은 듯 하다. 저자는 통장 잔고, 저축, 불확실한 소유에 자신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경험, 생각,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길 한다. 물건에 대한 애착은 방향이 엇나간 안정감일 뿐이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기폭제에 불과하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젊음과 패기가 아니라 압도적인 경험의 양’이라고 이야기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열풍이 분 정리법이자, 삶의 방식이 바로 ‘단샤리’라고 한다.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라! 지진이 나면 우리의 모든 소유와 물건이 사라진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때 유행했던 ‘단샤리’는 저자의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는 돈을 있는대로 쓰고, 밥을 사고,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은 구입한다.
놀기 좋아하는 인간, Home Ludens의 시대가 도래할 것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장치를 ‘돈’에 의존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돈이 아니라 앞으로 투자해야 할 곳은 단언컨대 ‘놀이’라고 말한다. 이전에 요한 하위징아라는 문화학자가 ‘놀기 좋아하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라고 했다. 말 그대로 노는 것이 일이 되는 시대, 노는 것을 통해 돈을 버는 시대,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의 핵심이다. ‘원 없이 놀아본 사람만이 한계를 뛰어 넘는다’
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게 따지면, 진짜 나는 20대의 절반은 원없이 놀았는데, 정말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ㅋㅋㅋ원없이 놀아보고 체험하고 경험하는 그 경험량이 인생의 밑천이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부자가 되려 하지 말고,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항상 재미있다”라는 말을 듣는 인생을 지향한다. 그러면 돈에 구애받지 않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고 말한다.
저자는 증권법 위반으로 감옥에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면서 1,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호리에 다카후미 블로그를 통해 투자를 받고 후에는 로켓 개발 업체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그는 민간 기업으로는 일본 최초로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그가 자본이나 돈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다. 전부 투자받아서 성공시킨 것이다. 그의 통장 잔고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의 아이디어로 성공한 것이다. 그는 어릴 때 무조건 도쿄로 이사를 가야 하고 도쿄대를 가야한다는 철칙이 있었다. 왜냐하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
이다. 저자는 나이가 이제 50살, 72년생이다.
‘즐거움이 줄어드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돈은 소중하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족쇄에 불과하다. 돈을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묵혀두지 말고 살아 숨쉬는 현재에 써라. 목표를 위해 쓰지 말고 목표를 없애 무엇에도 속박당하지않는 자유를 누려라! 가진 돈은 몽땅 써서 하고 하고 싶은 걸 하라!’
(210.p)
통장의 잔고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잃고 있는 수많은 기회의 총액일 뿐'(213p)이라고 한다.
그는 저축신앙이나 저축신화를 거절하고 반대한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거절한다. 그는 집이 없다.
‘나는 집 살 돈으로 자유를 샀다.'(33p)
방랑자처럼 호텔에서 생활하고 택시를 타고 볼일을 보며 업무를 진행한다. 지하철의 소란스러움보다 오히려 택시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더 여유롭다고 한다. 그는 가오(?)를 지킬려고 애쓰며, 그 가오에 걸맞는 일을 하려고 애쓰는 듯 하다. 그는 ‘택시비도 안 되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돈으로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라면 가능한 한 해소해야 한다’
고 말한다. 점심 식사 한끼에 5,000엔(우리나라 물가보다 10배 비싼 일본이니 대략 50,000원이 넘겠다)의 장어덮밥을 추천한다.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는 자리에는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오히려 손님들의 대화를 통해 자신은 ‘정보샤워’를 한다고 한다.
이제는 아이디어의 시대가 아니라 속도의 시대이다
저자는 스마트폰도 항상 최신, 최고의 스펙을 고집한다. 집에서 직장을 출근할 때 왕복 2시간씩 걸리는 시간은 월급의 20%를 삭감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3장의 시간혁명에서 그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몽땅 사라’고 말한다.
전화기를 발견한 벨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 전화기를 발견한 소수의 인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게중에 그레이란 더 일찍 전화기를 발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벨을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레이의 특허신청이 벨보다 고작 2시간 늦었기 때문이다. 벨이 2시간 빨랐기 때문에 그는 역사의 기록에 남을만한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기업 AT& T가 벨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은 아이디어는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속도싸움’이라고 한다.
자신의 안전장치, 안전자산은 오로지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꿈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낀 점이라면, 호리에 다카후미의 꿈과 삶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는 점이다. 물론 저자는 결혼후에 얼마되지 않아 이혼했다. 그는 이런 말도 한다. ‘가족에 헌신, 안 할 수 있으면 하지 말라’란 말도 한다. 자신의 직업과 꿈에 대한 지독한 열정이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자신은 다 잡으면 좋지만, 자신돈은 그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저자가 돌씽이기 때문에 이야기 가능한 부분도 있고 한계도 분명히 있긴 있다.
돈이 없고 노후자금이 없는데 불안하지 않는가? 저자는 ‘나는 지갑도 없고 현금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한달치 생활비의 여유만을 쟁여두고는 다른 모든 돈은 자신의 경험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저자가 주식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선 투자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믿고 확신한 바가 있다면 그걸 위해 주저없이 돈을 투자하는 타입이다. 그러기에 그가 일본최초 민간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업적을 이루지 않았는가! 그는 돈을 벌고 싶다면 언제든지 벌 수 있는 사람이고 또한 “어려울 땐 빌려라! 자존심을 버리로 머리를 숙여라!”란 철학도 보여준다. 돈이 없다고 그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가진 돈을 몽땅 써도 그는 불안해하지 않는 비결이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 있으면 돈에 대한 불안은 사라진다.”
후회하지 않는 피날레를 위해
저자가 20대부터 조깅을 하면서 굉장한 체력을 연습하고 훈련해왔다. 그 체력이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 전세계 아이언맨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대회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모두 완주해야 하는 혹독한 코스로 유명하다. 일본의 저명한 인사 중에 아이언맨 월드 챔피언십 대회를 완주한 인물로는 개그맨 야스다와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전 감독 후루타 아쓰야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의 완주 기록 14시간은 후루타 전 감독의 기록보다 빠른 것이다. 갑자기 우리나라 배우 방성훈이 생각난다. 하지만, 50대가 20대를 방불케하는 체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면 대충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그는 ‘꺾이지 않는 마음의 지지대는 바로 ‘체력’
이라고 한다. 나이는 50이지만, 체력은 20대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그는 ‘사고근육’을 단련시키는 인물이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해보고 싶은’ 꿈도 가진 인물이다. 한 마디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 결실이 없는 이유는 몰두 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람은 앞뒤 재지 않는 몰두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인생을 ‘다동력인생’
이라고 명명한다.
‘사람은 죽을 때 저지른 일 보다 시작도 해 보지 않은 일을 더 크게 후회’한다.
저자의 책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서 문득 작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 생각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20년후에 당신은 당신은 한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들을 더욱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뱃머리에 묶여 있는 밧줄을 풀어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당신의 항해에 무역풍을 타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ㅡMark Twain
삶에 대한 안전한 장치들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꿈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고 살아가는 저자가 대단하다 싶다. 저자는 ‘정규직’이라는 것도 싫어한다. 현대는 ‘안전제일’이란 것이 가장 위험한 시대라고 한다. 모든 삶의 진정한 힘과 열정의 기초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심플라이프, 그리고 철학이 대단하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