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Another Child, 2019
배우
김윤석
의 장편 영화감독 데뷔작인 <미성년>은 부모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17살 미성년인 두 여고생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로 이보람의 희곡 ‘옥상 위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성년
- 평점
-
8.1 (2019.04.11 개봉)
- 감독
- 김윤석
- 출연
-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김윤석, 김희원, 이희준, 정종준, 이정은, 염혜란, 이상희, 유순웅, 미람, 이윤재, 김혜윤, 성도현, 황재열, 정이랑, 권유나, 신하준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96분
– 수상내역
2019
40회 청룡영화상(신인여우상)
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10선)
39회 하와이국제영화제(넷팩상)
23회 판타지아 영화제(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17살
주리(김혜준)
는 저녁시간 회식자리로 한창 떠들썩하던 식당 안을 남몰래 엿보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켜 놀라 넘어졌고, 그때 같은 학교에 다니던
윤아(박세진)
와 마주치게 되자 주리는 휴대폰을 떨어트린 줄도 모른 채 다급하게 도망치게 되었는데…
다음날 윤아는 주리의 휴대폰을 돌려주기 위해 학교 옥상에서 만나자고 쪽지를 전했다.
주리:
나 부른 게 너야? 왜 불렀어?
윤아:
비겁한 게 자기 아빠랑 똑같네.
주리:
너희 엄마가 우리 아빠 꼬셨어. 지금 불륜 진행 중이야. 알아?
윤아:
어떻게 모르냐? 배가 불러오는데…
주리:
임신했어? 몇 개월인데?
윤아:
몰래 우리 집 훔쳐보지 마. 변태냐?
주리:
내가 변태면 너희 엄마는 꽃뱀이냐? 우리 아빠 돈 많이 없어. 너희 엄마한테 가서 말해. 그만하시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계속 만나면 나 가만 안 있을 거야.
윤아:
둘이 계속 만나면 네가 뭘 어떻게 할 건데?
그랬다.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
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가 서로 불륜관계에 있었고, 그것을 두 아이 모두가 알아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윤아는 욱하는 마음에 주리 엄마에게까지 그 사실을 알리고 말았던 것. 이로써 당사자들 외에는 모두 알게 된 상황…
윤아:
안 창피해?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미희:
다른 사람들이 뭔 상관이냐? 내 인생인데…
윤아:
그 아저씨가 이혼이라도 한대? 안 한대지?
미희:
아들이래. 엄마 진자 너무 든든해! 너도 내 딸이잖아. 근데 어떻게 남들보다 나를 더 이해를 못 해 주니?
엄마 미희는 19살에 윤아를 낳고 남편과 이혼한 후 지금까지 혼자서 자식 키우느라 여자로서 자신의 인생은 없었다면서 신세한탄을 하기도 했는데, 또다시 욱한 윤아는 전화도 받지 않는 그 아저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당신이 바람피우는 거 세상이 다 알아’


한편, 대원과
영주(염정아)
부부는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각방을 쓰기 시작한 지 이미 2년이 되었다.
아빠의 외도를 알게 된 주리는 아빠에게도 차마 내색할 수 없었지만, 원치 않게 엄마까지 알게 된 상황에서 엄마의 눈치까지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엄마 영주 역시도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지만 남편에게는 물론이고 딸에게도 내색할 수는 없었고, 속으로 속으로 삭이다가 결국 미희의 식당엘 찾아가게 되었는데, 물론 뭘 어쩌려고 간 것은 아니고, 그저 어떤 여자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인데…
그런데 여기에서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떳떳하지 못한 이 불륜관계를 어른들 스스로가 정리해 주기를 기대했을 것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는지, 그리고 배신감으로 상심이 컸던 영주와 사건의 중심에 있는 대원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미성년>은 그 제목처럼 미성년인 주리와 윤아의 시선이 중심이 되고 있다. 어른들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는데, 철없던 윤아의 아빠나 비겁하고 찌질한 주리의 아빠에 비한다면 오히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두 아이가 짠하면서도 기특했던…
우선 놀라웠던 건 감독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김윤석 감독의 연출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두 여성과 두 여고생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좋았고,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해 준 유머감각 덕분에 울지 않고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영화였는데, 거기에는 선생님
김희원
, 윤아 아빠
이희준
, 주리 친구
김혜윤
,
방파제 아줌마
이정은
, 옆산모 엄마
염혜란
, 간호사
이상희
등등 깨알 같은 조연배우들이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에게는 조금 엽기적으로 다가왔던 마지막 그 장면만 제외한다면 대체로 만족스럽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던, 그래서 김윤석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던 영화 <미성년>이다.